난 어려서 우리 집이 늘 깨끗해서 모든 집이 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앞으로 살게 될 우리 집도 그럴 줄로만 알았다.
상에 늘 흰 밥만 올라와서 밥은 색도 변하지도 않고 굳지도 않는 줄로 알았다.
빨래도 자동으로 되는 줄 알았고...
돈은 그냥 어디서 떨어지는 것인줄 알았다...
엄마는 다쳐도 아무렇지도 않은 줄로 알았다...
엄마는 피곤하지도 않은 줄로 알았다...
그렇게, 그렇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힘 쎈 줄 알았다...
옛 생각에 잠시 넋을 놓았다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
어머니의 다리...
너무나 말랐다...
놀랐지만, 걱정하실까
그냥 못 본척 웃으며 어머니가 앉기를 기다린다.
흰 머리로 무성한 머리가 이젠 방사선 치료로 빠져간다.
체중도 빠져간다.
속 아프다며 밥은 드시지도 못하고 드시는 죽이라는 건 그냥 호박과 암을 이기는데 좋다는 몇몇 야채를 삶아 섞은
정말로 아무 맛도 날 것 같지 않은 이상해 보이는 죽을,
그걸 드신다.
그것도 서너 숫가락 정도...
'아니 ㅂ죽 사다 드린다니까...'
'아니야, 그거 사와도 다 먹지도 못 해...'
잘 먹지도 못하고,
목소리에 힘도 없고
이 열대야의 더위 속에서도 춥다며 긴 옷을 입고 지내신 어머니,
마약성 진통제로 하루하루 고통을 견디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암 판정을 받은지 3개월 밖에 안 된 것 같은데 30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신다.
애처롭게도, 요즘은 어머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불을 끄고 누워
돌아가시면 어쩌나 생각하다
참 어이 없게도
사내라고 어머니 돌아가시면 '내가 얼마나 울까? 남자가 많이 울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쓴 웃음을 짓다가
한 참을 울었다.
울면서 기도했다...
서러웠다.
엄마를 볼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게 너무 서러웠다...
'엄마 죽으면 안 된다고...'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또, 기도한다...
어머니가 고통 속에 쓰러져 가는 게
그게,
그게,
너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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