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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2

by Spatula 2018.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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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조절이 안 된다.

'엄마, 많이 아파? 그런거야?'

걱정할까봐 무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신다.

그렇게 찾은 응급실, 벌써 이번 달만 세 번째...


'몰핀'과 함께 고통도 사라지지만, 이내 어머니도 사라진다...

깊은 잠에 빠진 것 처럼, 약에 취해 눈을 뜰줄도 모르고, 불러도 대답도 없다.


'엄마, 사랑해, 엄마, 잘 하고 있어, 엄마, 잘 이기고 있어...'

몇 시간동안 계속 손을 붙들고 속삭일 뿐이였는데, 반응하신다.


약에 취해 있으면서 

'사랑하는 우리 엄마'

라는 말에 


어린 아이 처럼 씨익...

정말로 오랫만에 편안한 미소, 

기억은 안나지만, 날 나으시고 처음 날 안아 줄 때 저런 얼굴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어머니가 이대로 돌아가실 것 같다는 생각에 하염 없이 흐느낀다...

손을 붙들고 기도한다...


소장 전체에 퍼져버린 암세포들...


일주일에 상상도 할 수 없이 상황이 악화 되었단다...

암세포로 인해 복수도 가득하단다...




순식간에 복수도 빼고, 

어머니의 소장도 잘려 나가고,

어머니의 몸에는 튜브들이 꽂혀 우리에게 돌아왔다.


더 연약해진 상태로, 더 힘들어 보이는 상태로, 링겔 중간 마다 이상한 기계 장치들을 네 개나 달고, 어머니가 누워 있다...


아파하는 어머니를 살며시 안고 속삭인다.

'엄마, 내가 어렸을 때, 엄마 일하고 들어오면 엄마 차가운 얼굴하고 귀 만져 주던 거 기억나?'


힘없이 끄덕이며 링겔 줄로 가득한 손으로 내 등을 감싸안고 두드려 주신다.

'그럼, 기억나지...'

'사랑하는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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