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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첫 이사, 왜 이사하는데 눈물이, 추억 여행되는 짐 정리까지

by Spatula 201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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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작년, 10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임종, 

홀로 남은 아버지,

너무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를, 극구 사양하시지만, 몸도 추스리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그냥 혼자 사시도록 둘 수 없어, 두 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우리 집은 빨래 방, 옷 방, 샤워실 정도의 용도로 사용되고, 아버지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구조로 지난 6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4.17) 아버지 집 2층으로 이사를 떠난다. 

결혼 후, 첫 이사, 

별 것 아니었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신기한 이사, 

이사를 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얼마나 나던지, 

신혼 집이자 지금까지 아이들 키우며 살아온 집인데, 막상 이 집을 떠나려니, 이집을 처음 들어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결혼 전, 어머니와 집보러 다닐 무렵, 주변에 신축 빌라가 많아서 이 빌라, 저 빌라 많이도 다녔었다. 

그냥 결혼에 대한 설레임으로 정신나가있는 나와는 달리

이 집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집은 저래서 안 되고, 꼼꼼했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 덕에 좋은 집에 들어 오게 되었지...

수 개월을 발품 팔아 찾아낸 이 집, 막 완공한 이 집을 계약하고, 가구도 없고, 아무 것도 없던 집에 와서 새집 냄새 맡으며 잤던 기억, 

어머니와 신혼 살림 들이기 전, 청소 했던 기억, 여러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나며,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또 하나 사라진다....

빌라 이름이 다 떨어져 간다...

이사 업체 직원들께는 참 미안할 정도로 날이 더웠지만, 그 맑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히며 눈물 참기를 여러 번 했다. 

직원 분들께서는 연신 땀을 훔치고, 

나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구름 한 점 없던 오늘 아침의 하늘

햇볕이 너무 따가와 잠시 눈물이 났을 뿐...

이제 채워지기 시작한 이 5t의 공간, 

부족할 줄이야...


약 세 시간이 흐르고, 모든 짐이 빠졌다.

왜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는데, 이렇게 책 많은 집은 처음이라며 힘들어 하시던 아저씨들...

우리 집사람이 늘 책 많다고 혼내곤 했는데...

음...

정말 많은 걸까...?

에어컨도 떼어내고, 장롱도 완전 분해해서 트럭에 싣고, 이제 아버지 집 2층으로 향한다.

전에 살던 집보다 절반(정확히?는 한 3/5정도 되는 것 같다)이나 좁은 아버지네 2층, 

아버지 힘드시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지만 좁은 공간에 비해 넘치는 짐들은 당연히 여기 저기 테트리스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골목도 참 좁다...

처음엔 짐이 많지 않아 5t트럭도 남을 거라 생각했지만,  부족했다. 

내가 책 사기를 좋아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겠지, 주로 영어 책...

버린 책도 꽤 있지만, 지금까지 20년 넘게 사들인 영어 책을 값으로 환산하면

국산 대형 세단 하나 사고도 남을 것 같다(쉿, 집사람에겐 비밀^^) 

이 많은 짐들을 정리하려면 오늘 밤도 피곤하겠지만, 

(4.16) 어제 밤엔, 짐을 들인다고 아버지집 3층도 살짝 정리 했다. 

3층에선 우리 아가들이 방 하나씩 차지하게되어, 아이들 책상도 넣어주고, 침대도 바꾸고, 있는 짐들을 빼내고, 청소하고,

자기 방 생긴다며 좋아라 하는데, 

그 모든 것을 운반해야 했던 나는, 몸살... 

다리가 후들거리는 가운데 들리는 한 마디...


와~ 아빠 힘 짱쎄다...

왠지, 힘내서 빨리 해달라는 재촉으로 들린다...


옛날 내 방과 누나의 방이었기에 정리하는 동안 재미있는 추억거리도 발견되었다.

중학교때 메고 다니던 가방, 저래뵈도 Age + Hieght  출신이다! 


작년에 버리긴 했지만, 울 엄니, 내가 6살때 입었던 잠바도 그대로 가지고 계셨었다.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시절, 영어 공부한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씩 본다는 Friends CD도 굴러나왔다. 놋북에 CDP도 안 달려 있지만, 저 CD는 재생이 안 될 것 같아, 바로 쓰레기 봉지로 투척되었고


동네 굴러다니던 오디오와 스피커를 주어다가 입체 서라운드 음향을 만들어 보겠다고 선연결하고, 방 구석구석 돌아가며 설치했던 스피커와

오디오도 보인다. 물론 지금도 작동이 되지만, 이제 내 방이 아니라서 모든 선을 절단하고, 오디오도 버리기로 결정했다.


발견된 레어템 중 레어템은, 바로 우리 부모님 결혼 사진...!!

우리아버지의 눈빛에 앞도된다.... 결혼식 사진사가 맘에 안드셨나보다... 저 사진 1970년 쯤 되려나?



암튼...

(4.17)퇴근 후, 돌아온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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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였다...


작은 집에 들어 찬, 엄청난 양의 짐들, 정리가 안되어 여기저기 쌓여만 있다. 이거 다 정리하려면 이제 죽었다...



추가 

4.29 ; 이제 책상은 정리 되었고, 의자에 앉을 정도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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