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하다보면, 제일 답답한 것 중에 하나가, 원어민의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것입니다. 남들은 다 뚫었다는데, 나만 안 되는 것 같은 영어 귀뚫기! 정말 나만 그런 것일까요? 다른 사람은 어떤지 오늘 한번 살펴볼께요.
한국인들은 왜 귀뚫기가 어려울까?
한국인들은 영어의 소리를 들으면 순수하게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듣고, 철자를 생각한 후 빨리 한국말로 바꾸는(해석하는), 듣는 독해(번역)를 하도록 훈련 받습니다. 그것도 중고등학교 과정 6년 이상, 강한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들으면서 - 소리는 거들뿐 - 소리가 가진 한국어 의미를 포착(번역)하는데 익숙하고, 소리 자체를 듣는데 매우 어색해 합니다.
지금 당장 미드 한 편을 자막 없이 보신다면 영어의 소리보다는 무슨 뜻인지 해석(번역)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통번역가를 능가하는 직업병과 같습니다. 그래서 소위 영어 귀뚫기하겠다는 생각은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들리는 몇몇 영어 단어를 조합한 해석(번역 ; 엄밀히 말하면 몇 단어를 조합한 소설에 가깝습니다)에만 초점을 맞춰 정신없이 영어를 듣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방금 들은 영어 단어를 해석(번역)하려 뜻을 생각하는 동안 다른 영어단어들은 계속 휙, 쇽, 슉, 날아가버리고 흔적도 없죠. 이러니 한 두 단어 밖에 못 듣고, 우리가 원하는 영어 귀뚫기, '결코 쉽지 않다'는 느낌만 받습니다.
뭔가 영어 공부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해법은 어딜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답답함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번역이 쉬운 걸까?
그런데 말입니다(feat. 김상중). 이렇게 들으면서 해석(번역)하는 방법은 매우 어려운 방법 입니다. 왜냐하면 소리는 흔적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데, 우리는 모든 들은 단어를
1) 잘 기억했다가
2) 그 영어 단어들을 뒤집어서 한국어의 어순을 만든 후,
3) 해석(번역)해서 의미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아주 어린 중학교 시절부터 연습해왔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말로 너무 어렵고, 힘든 훈련을 계속 받아왔습니다. 군대로 치면 7공수여단 급이고, 축구로 치면 국가대표급으로 영어 통번역 훈련을 받은 것입니다. 왜냐구요, 아무리 짧아도 여러 과정을 순간적으로 해내고, 바로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어 통번역 훈련은 기본적으로 듣고 말하기가 되는 사람들이 접근하는 최고 난이도의 영어 레벨입니다. 소위 A급 번역사들은 돈도 잘 법니다. 그리고 그들은 어렵다는 통역사가 된 후에도 부단히 노력하며 공부합니다. 우리나라는 이 최고 난이도의 통역사 급의 영어 공부법을 겁도 없이 중학생부터 연습 시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시키고, 욕심 많은 어머니들은 아이들 붙들어 놓고, 유치원 때부터 시킵니다.
영어 공부를 한 건물에 비유한다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듣기는 잘 들을 수 있는 1층(소리, 발음, 억양 등의 기초과정)은 건너 뛰고, 2층부터 시작하는 듣기라는 말입니다. 아직 말하기 듣기가 자유롭게 안 되는 친구들에게 들리는 외국어를 모국어로 번역하여 이해하라는 것이니, 어불성설, 사상누각이란 말씀이죠. 번역 결코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번역에 길들여지다!
통번역 쉽지 않은 영어 공부법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번역습관에 길들여져 버렸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에는 이런 장면이 등장합니다.
"넌 누구지? 참 예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가 말했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지금 아주 슬퍼…"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여우가 말했다.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보고 다시 물었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말이야?"
"넌 여기 사는 애가 아니구나. 넌 무얼 찾고 있지?" 여우가 물었다.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사냥을 해. 정말 곤란하기 짝이 없어! 그러면서 또 닭도 키우지, 그게 그들의 유일한 즐거움이야. 너는 닭을 찾고 있니?"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니.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너무나 그걸 쉽게 잊지. 그건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야."
"관계가 생긴다구?"
"그래." 여우가 말했다.
"지금 내게 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어. 그래서 난 네가 필요 없어. 너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해빠진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여우일 뿐이니까.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필요해져.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아이가 될 거구…"
어린왕자와 그의 장미 사이에 길들임이 생겼 듯, 어린왕자와 여우 사이에 길들임이 생겼 듯, 우리나라의 영어 학습자들은 번역 학습 방식에 길들여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귀뚫기에 도전하고도 금새 잊고, 또 습관처럼 번역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합니다.
영어를 듣고,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안 들려요,' '못 들었어요.'라고 이야기한다면 여러분은 벌써 해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귀뚫기보다는 번역이 훨씬 익숙하고, 편안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안 들려요,' 못 들었어요'는 조금 우스운 표현입니다. 왜냐구요?
마치 춤을 배우러가서 쉬운 춤동작은 잘 따라하다가 선생님이 어려운 춤동작을 보여주면 갑자기 '안 보여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나 이상합니까?
내가 아는 단어들이 나와서 해석이 되면, 큰소리로 '이거 OOO에요'라고 말하다가도, 모르는 단어 혹은 인식이 안 되어 해석이 안 되면 갑자기 '안 들려요,' '못 들었어요'를 연발하는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정말로 안들리면, (이비인후과) 병원에 가셔야죠. 영어 학원은 신체 이상을 치료하는 곳이 아닙니다.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들으면서 동시에 해석한 것을 한국어 어순으로 재조립하여 이해하는 과정, 보통 일이 아닙니다. 1층에 있는 영어 귀뚫기는 건너 뛰고, 2층에 있는 영어 통번역을 향해 먼저 가려니 늘 힘들고 부대낄수 밖에 없습니다. 사상누각, 즉 1층 없는2층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럼 내 귀는 언제쯤 뚫릴까?
통번역으로 매번 영어 듣기 시간을 보내시는 여러분, 많이 지치셨죠? 귀뚫기하려고 영어 음원들으시다가 지치셨죠? 지금까지 한국인이 귀뚫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로
1) 들으며 번역하는 습관
2) 번역습관은 듣기 뿐아니라 모든 영어에 매우 어려운 학습방법
3) 그러나 번역하는 방식에 길들여짐
이 세가지를 언급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영어로된 무언가를 들으면서 우리말 뜻은 뭘까? 저 단어가 영어단어 뭘까? 라는 생각은 잠시 뒤로 미뤄두시고, 마치 음악감상하듯, 영어의 소리를 즐겨 주세요. 그래야 귀뚫기에 성공하십니다.
영어 공부법을 바꾸셔야한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내 귀는 언제쯤 귀뚫기가 성공할까?'하는 고민을 해 볼 차례입니다.
마치 귀고리를 하기위해 귀를 뚫듯, 한 방에, 1초만에 뻥하고 뚫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잘 안 될 것 같죠? 그러나 귀뚫기는 의외로 쉬운 곳에서부터 출발하여 완성할 수 있습니다. 바로 발음기호를 통한 영어 소리 훈련을 통해서 말이죠. (+발성, 호흡 훈련). 문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소리에 초점을 맞추면 번역에 길들여진 우리의 문제 의외로 쉽게 풀립니다.
기초 발음기호 강의에 참여해보시면 바로 느낌이 올거에요.
영어 귀뚫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됩니다. 채널고정, 아니 블로그 고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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